"AI가 코드를 다 짜주는데 소프트웨어 회사가 무슨 의미냐"는 말, 요즘 심심찮게 들린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런 식의 '종말론'은 좀 피상적이다. 실제로 중요한 건 어느 기업의 수익 구조가 무너지고, 어느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느냐다. AI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통째로 날려버리기보다 돈을 버는 방식과 마진 구조를 흔드는 쪽에 훨씬 가깝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망한다/살아남는다" 같은 이분법 대신, 비즈니스 모델별(구독형 SaaS, SI/프로젝트형, 개발자 도구, 수직형 소프트웨어)로 충격이 어디서 먼저 터지는지, 어떤 기업이 버틸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체크포인트를 정리해봤다.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라 정보 공유 목적이다. 최종 판단은 본인의 리스크 감내 수준과 투자 시간축에 맞춰 직접 내리길 바란다.
▪ "코드 = 제품"이라는 착각에서 종말론이 시작된다
종말론의 논리는 단순하다. "소프트웨어는 코드고, AI가 코드를 쓴다. 그러니 소프트웨어 회사는 필요 없다." 그런데 이 논리에는 구멍이 많다.
- 코드는 제품의 일부일 뿐이다. 제품은 코드에 데이터, 운영, 보안, 컴플라이언스, 영업, 고객 지원까지 다 묶인 '운영 체계'다.
- 생산성이 오른다고 가격이 바로 떨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기능, 더 빠른 출시 주기에 대한 수요가 함께 커진다.
- 실제로 기업 엔지니어 상당수가 AI 코딩 도구를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게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
결국 핵심은 "소프트웨어가 사라진다"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돈 버는 방식이 바뀐다"는 거다.
▪ AI 코딩 도구가 실제로 건드리는 것: 비용(공급)과 기대치(수요)가 동시에 움직인다

AI 코딩 도구는 분명 개발 비용을 낮춘다. 그런데 비용만 낮아지는 게 아니다. 기능 출시 속도가 빨라지면 고객의 기대 수준도 같이 올라간다. 더 빠른 업데이트, 더 많은 실험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실제로 GitHub Copilot을 활용한 실험에서 특정 과제 완료 시간이 유의미하게 단축됐다는 연구가 공개됐다. 관련 자료(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 SaaS가 죽는 게 아니라, 돈 받는 방식이 바뀌는 거다
AI 때문에 SaaS가 망한다는 건 과장이다. 더 정확하게는 자리(좌석) 수로 요금을 매기는 방식이 흔들리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 1명이 AI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많은 일을 처리하게 되면, '몇 명이 쓰느냐'는 더 이상 가치의 척도가 되지 못한다.
- 좌석 과금 → 사용량 기반 또는 성과 기반으로 전환하라는 압박이 커진다.
- AI가 기능 격차를 빠르게 좁혀버리면, 기능으로 차별화하던 SaaS는 가격 경쟁에 휘말리기 쉽다.
- 반면 고객사의 업무 흐름 깊숙이 파고든 SaaS는 여전히 교체가 쉽지 않다. 데이터, 권한, 승인 체계, 외부 시스템 연동이 다 얽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인이 다니는 회사에서 올해 SaaS 계약 갱신할 때 이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인원은 그대로인데 AI 덕분에 처리량이 두 배가 됐으니, 왜 좌석 요금을 똑같이 내야 하냐고. 계약 담당자가 할 말이 없었다고 하더라.
결국 SaaS의 생존 여부는 "AI 기능을 붙였냐"가 아니라 고객의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에 얼마나 깊이 들어가 있냐가 가른다.
▪ SI·아웃소싱·프리랜서 시장: 단가 하락보다 "요구 수준 상승"이 먼저 온다
프로젝트 기반의 외주 시장은 충격을 더 빠르게 체감할 수 있다. 고객사가 AI로 초안을 뽑아오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외주 업체에는 더 높은 수준의 설계와 검증, 운영 능력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 단순 코딩 작업은 자동화 압력에 단가가 눌릴 가능성이 높다.
- 대신 요구사항 정의, 데이터 모델링, 보안 설계, 운영 자동화 같은 상위 영역의 몸값은 올라간다.
- AI가 코드를 써줘도 최종 책임은 사람이 진다. 그래서 검증 체계를 갖춘 업체가 결국 선택받는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친구한테 들은 얘기인데, 요즘 클라이언트들이 견적을 받고 나서 "ChatGPT한테 시키면 얼마나 걸리냐"고 먼저 물어본다고 한다. 몇 년 전이었으면 황당한 소리였겠지만, 지금은 그냥 웃으면서 넘기기가 애매하다고 했다.
▪ 살아남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공통점: 데이터, 워크플로, 유통
AI가 기능 복제를 쉽게 만들수록, 소프트웨어 기업의 방어막은 결국 세 가지로 좁혀진다.
- 데이터 해자: 고객 데이터가 쌓일수록 제품 성능이 좋아지고, 자연스럽게 경쟁자가 따라오기 어려운 구조
- 워크플로 해자: 승인, 권한, 감사, 시스템 연동처럼 업무 흐름 깊이 박혀 있어서 쉽게 빠질 수 없는 구조
- 유통 해자: 마켓플레이스 입점, 플랫폼 번들, 채널 파워로 고객 획득 비용을 낮추는 구조
여기에 금융, 헬스케어, 공공처럼 규제와 보안이 엄격한 산업에서는 "뚝딱 만든 AI 기능"이 쉽게 침투하기 어렵다. 이런 영역에서는 오히려 기존 강자가 방어에 유리하다. 물론 이 모든 전망이 'AI 자체가 과열된 버블이면 어떡하나'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 불편한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면 AI 버블은 실제로 언제 터지는가를 읽어보길 바란다.
AI 버블 언제 터지나? “터진다” 소문 속에서 타이밍을 읽는 현실 체크리스트
AI 버블은 매년 “곧 터진다”는 말이 반복되는데, 정작 투자자가 알고 싶은 건 하나다. AI 버블 언제 터지나라는 질문에 대해, 날짜 찍기 대신 “터질 때 반드시 나타나는 조건”을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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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요약: AI가 흔드는 구간 vs 오히려 강해지는 구간
아래 표 하나로 정리했다. "소프트웨어 기업 종말" 같은 자극적인 프레임 대신,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보는 편이 훨씬 실용적이다.
참고로 2028년까지 기업 엔지니어 75%가 AI 코드 보조 도구를 쓸 것이라는 예측도 이미 나와 있다. 관련 자료(가트너 프레스릴리스)
▪ ✓ 실전 체크리스트: AI 시대에 소프트웨어 기업 볼 때 이것부터 확인해라

아래는 막연한 불안이나 기대감 대신, 사업 구조 자체를 냉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다.
- ✓ 매출이 좌석 수에 과하게 묶여 있나, 사용량이나 성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구조인가
- ✓ 고객 데이터가 쌓일수록 제품 품질이 올라가고 전환 비용도 높아지는 구조인가(데이터 해자)
- ✓ 고객 업무의 승인·권한·감사·시스템 연동 같은 핵심 흐름을 잡고 있나
- ✓ AI 기능이 "데모용 쇼"가 아니라 실제로 업무 시간을 줄여주는 지표로 연결되나
- ✓ AI 추론 비용이 늘어날 때도 마진을 방어할 수 있는 구조인가
- ✓ 사내 데이터가 외부로 새지 않도록 보안 경계와 설계가 명확한가
- ✓ 고객을 직접 데려올 수 있는 파트너·마켓플레이스·번들 채널이 탄탄한가
▪ 투자할 때 놓치면 안 되는 리스크: 규제·보안·저작권·컴퓨트 비용
AI 기능을 붙인다고 끝이 아니다. 오히려 이쪽에서 더 크게 터질 수 있다.
개발자 생산성 향상 효과에 대해서는 여러 기관에서 다루고 있다. 맥킨지 리서치에서도 생성형 AI가 개발 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관련 자료(맥킨지) 소프트웨어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 흐름에서 기술주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기술주가 시장을 좌우하는 이유도 함께 보길 권한다.
기술주가 시장을 좌우하는 이유: 왜 나스닥·빅테크가 증시 흐름을 바꾸나
기술주가 시장을 좌우하는 이유는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지수 구조·이익의 질·자본 흐름·금리 민감도·서플라이체인 파급력까지 겹친 결과다. 기술주는 한두 종목의 급등락을 넘어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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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종말이 아니라 "재편"이다
AI는 소프트웨어를 지우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돈 버는 방식과 경쟁 구도를 바꾼다. 범용 SaaS는 좌석 과금이 흔들리고, SI·외주는 단순 구현이 눌린다. 대신 설계, 운영, 보안, 도메인 전문성의 가치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행동 정리
- 1) "AI 기능 추가" 뉴스보다 과금 방식이 바뀌는지(좌석→사용량/성과)를 먼저 본다.
- 2) 데이터 해자, 워크플로 해자, 유통 채널 중 하나라도 확실한 게 있는지 확인한다.
- 3) AI 도입이 마진을 깎는지(컴퓨트 비용 증가), 매출을 키우는지(업셀·확장) 구분해서 본다.
- 4) 보안·규제가 강한 산업일수록 검증 체계가 있는 기업이 버틴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 5) 단순히 낙관하거나 겁먹기보다, "흔들리는 구간"과 "강해지는 구간"을 따로 분리해서 본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결국 무서운 건 AI가 아니라 "AI 썼으니까 더 싸게 해줘야 하는 거 아냐?"라는 논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다는 거였다. 기술보다 그 기술을 둘러싼 협상 구도가 더 빠르게 바뀌는 것 같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 있는 OpenAI가 실제로 어떤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OpenAI 수익모델과 플랫폼 전략 정리 글을 같이 읽어보길 바란다.
OpenAI의 미래 전망: 수익모델·플랫폼 전략·규제 리스크까지 한 번에 정리
OpenAI의 미래를 한 줄로 요약하면 “모델 성능 경쟁을 넘어, 에이전트·플랫폼·인프라 자본력의 3중전”이다. 지금까지는 ‘가장 똑똑한 모델’을 누가 먼저 내놓는지가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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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생각
"AI가 소프트웨어 기업을 끝낸다"는 표현은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좌석 과금, 기능 차별화, 단순 구현처럼 지금껏 편하게 돈 벌던 방식은 분명 흔들린다. 앞으로 살아남는 건 AI 기능을 가장 빨리 붙인 회사가 아니라, AI로 고객의 실제 업무 결과를 개선하고 그걸 과금 구조로 연결한 회사가 될 것 같다. 종말이 아니라 질서 재편이다. 주변을 보면 AI 기능 붙이는 데 급급한 팀이 많다. 근데 그 기능이 실제로 고객의 시간을 얼마나 아껴줬는지 측정하는 팀은 훨씬 드물다. 그 차이가 1~2년 뒤에 꽤 크게 벌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AI가 코드를 짜면 개발자 수요도 줄어드나?
A. 단기적으로는 단순 구현 수요가 줄 수 있다. 하지만 출시 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운영, 보안, 통합, 실험을 담당하는 역할이 늘어난다. 일이 사라지기보다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쪽에 가깝다.
Q2. 구독형 SaaS는 다 위험한가?
A. 그렇지 않다. 범용 SaaS는 가격 압박을 받겠지만, 워크플로를 깊이 잡고 있거나 데이터 해자·유통 채널이 탄탄한 SaaS는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다.
Q3. 개발자 도구 회사는 유리한가?
A. 수요가 커지는 건 맞지만 경쟁도 같이 커진다. 결국 개발자를 얼마나 깊이 묶어두는지(워크플로 락인), 팀 단위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퍼지는지가 핵심이다.
Q4. SI·외주 업계는 이제 끝인가?
A. 단순 개발 공정은 어려워질 수 있다. 대신 요구사항 정의, 아키텍처 설계, 보안, 운영 자동화처럼 판단이 필요한 영역의 가치는 올라간다. 완전히 끝나는 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Q5. 투자 관점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변수는?
A. 컴퓨트 비용 증가(마진 압박), 번들 경쟁(가격 압박), 보안·규제 이슈(해지·법무 리스크)가 한꺼번에 덮칠 때 가장 위험하다.
Q6. 한 줄로 요약하면?
A. AI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종말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과금·경쟁·마진 구조를 전면 재편하는 변수다.